남자마녀, 블레스의 오라클

포기하려고 하면 꼭 연락이 온다

포기하려고 하면 꼭 연락이 온다

‘보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일주일 만에 온 연락이었다. 하필 이제 그만 기다리겠다고 블레스에게 말한 직후였다. 방금까지 단단했던 결심이 고작 네 글자에 흔들렸다.

말은 다정한데

“이것 봐요. 마음이 없으면 이런 말은 안 하잖아요.”

블레스는 내가 내민 휴대전화를 보았다.

“만나기로 하셨습니까?”

“아직요. 요즘 바쁘대요.”

대화창을 올렸다. 지난번에도 보고 싶다고 했다. 내가 토요일은 어떠냐고 물었고, 상대는 일정을 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 아래에는 약속 대신 또 다른 안부가 있었다.

나는 ‘나도’까지 썼다가 멈췄다. 다정한 말만 주고받고 또 만나지 못할까 봐 망설여졌다.

“이번에도 날짜를 물으면 부담스러워할까요?”

“당신은 만나고 싶은데, 만나자는 말은 못 하고 계시는군요.”

블레스가 조용히 내 쪽으로 휴대전화를 밀었다. 보내라는 재촉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날짜를 물었다

나는 한참 뒤에 문장을 고쳤다.

‘나도 보고 싶어. 이번 금요일 저녁에 만날래?’

전송 버튼을 누르자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답을 기다리는 건 여전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무슨 답을 기다리는지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