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할머니의 오라클
불합격보다 ‘어떻게 됐어?’가 무서웠다
면접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엄마에게 메시지가 왔다.
‘지난번 회사는 연락 왔니?’
사흘 전에 떨어졌다는 말을 아직 못 했다. 응원해 주는 사람에게 또 같은 대답을 하는 게 면접보다 어려웠다.
응원이 부담이 된 날
정류장에 함께 앉은 산신할머니가 내가 휴대전화를 켰다 끄는 걸 보았다.
“버스 시간이 바뀌었니?”
“아뇨. 또 떨어졌다고 말해야 해서요.”
“너도 속상한데 그 얘기까지 해야 하니 싫겠구나.”
나는 고개를 숙였다. 잘될 거라고 했던 친구, 밥을 사 준 선배, 새 셔츠를 보내 준 엄마가 차례로 떠올랐다.
“다들 이렇게 해 줬는데, 계속 실망만 시키잖아요.”
할머니가 내 셔츠의 접힌 깃을 펴 주었다.
“엄마가 이거 보내면서 뭐라고 하더냐?”
잘 맞으면 좋겠다고 했다. 면접에 떨어져도 괜찮으니 밥은 챙겨 먹으라는 말도 했다. 응원을 받았으니 꼭 합격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나였다.
오늘 내가 할 이야기
나는 답장을 썼다.
‘거긴 안 됐어. 오늘 다른 곳 면접 보러 가. 결과 나오면 내가 먼저 말할게.’
버스가 들어왔다. 할머니가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 거냐고 물었다.
“전에 손님 불편한 걸 듣고 안내 방식을 바꿨던 일이요. 그건 제가 잘 설명할 수 있어요.”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버스에 올라 그 경험을 적은 종이를 폈다. 첫 줄은 외우지 않아도 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