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진돗개 춘향의 오라클

아무도 찾지 않은 날, 너는 문 앞에 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은 날, 너는 문 앞에 있었다

약속이 취소됐다. 먼저 연락할 사람을 찾아 대화창을 내리다가 그냥 휴대전화를 넣었다. 오늘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집에 와서 문을 열자 작은 흰 강아지가 서 있었다. 춘향은 낡은 공을 물고 내 신발 위에 앞발을 올렸다.

문 앞에서 기다린 너

“늦었어.”

“원래 더 늦게 오려고 했는데.”

“나는 아까부터 기다렸는데.”

춘향이 공을 내려놓았다. 침에 젖은 공이 발등으로 굴러왔다. 나는 신발도 벗지 못한 채 현관에 쪼그려 앉았다.

“오늘 아무도 나 안 찾았어.”

춘향이 고개를 기울였다.

“나 문 앞에 있었잖아.”

“넌 공 던져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 아니야?”

“그 사람을 너로 정했지.”

신발을 벗고 조금 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춘향은 내가 웃는 걸 확인하더니 공을 한 번 더 밀었다.

공을 거실 쪽으로 굴리자 짧은 다리가 바닥에서 헛돌았다. 겨우 물고 돌아온 춘향은 내 무릎 위에 턱을 얹었다. 이번에는 공을 달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나는 따뜻한 등 위에 손을 올렸다. 춘향이 눈을 감았다.

“조금만 이러고 있자.”

“응. 대신 신발은 벗어. 우리 집이잖아.”

나는 웃으며 뒤꿈치를 빼냈다. 춘향이 기대고 있어서 아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