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구제 지장보살의 오라클

‘괜찮아’라는 답장을 믿지 못했다

‘괜찮아’라는 답장을 믿지 못했다

‘괜찮아. 다음에는 시간을 꼭 확인해 줘.’

친구가 보낸 답장을 열 번쯤 읽었다. 마침표가 차가워 보였고, 원래 쓰던 이모티콘이 없었다. 한 번 더 사과해야 할 것 같았다.

지난 주말, 내가 공방 수업의 시작 시간을 한 시간 늦게 알려 주는 바람에 둘 다 수업을 놓쳤다. 내 잘못이라고 사과했고, 날린 예약금도 돌려주었다.

마침표가 무서워서

지장보살은 내가 열한 번째로 대화창을 열자 물었다.

“친구분이 더 해 달라고 하신 일이 있습니까?”

“아뇨. 그런데 사실은 아직 화났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요. 지금 적힌 답장은 무엇입니까?”

나는 친구의 말을 소리 내어 읽었다. 다음에는 시간을 꼭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때 새 메시지가 왔다.

‘다음 주에 다른 수업 잡을까? 난 토요일 돼.’

친구가 지금 물은 것

나는 또 ‘지난번엔 정말 미안했어’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친구가 방금 물은 것을 다시 보았다.

달력을 열고 토요일 일정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기억에 기대지 않았다.

‘나도 토요일 돼. 두 시 수업 같이 갈래?’

친구가 좋다고 답했다. 나는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알림을 설정했다.

지장보살에게 휴대전화를 보여 주었다.

“이번에는 늦지 않게 가려고요.”

그는 무슨 수업인지 물었고, 나는 우리가 만들기로 한 못생긴 고양이 접시 사진을 찾아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