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도령 MZ무당의 오라클
그때 퇴사한 ‘나’를 만났다
그때 회사를 나왔으면 어땠을지 묻자 MZ가 거울을 보여 주었다. 거울 속의 나는 정장 대신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내가 손을 들었는데도 따라 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느라 바빴다.
“작년에 네가 사직서를 냈다면 살고 있을 또 다른 삶이야.”
MZ가 말했다. 나는 그때 사직서를 쓰고도 제출하지 못했다. 그림으로 먹고살 자신이 없었다.
회사를 나간 또 다른 나
거울 속 내가 고개를 들었다.
“그쪽은 아직 회사 다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데, 제일 먼저 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행복해?”
거울 속 내가 웃었다.
“오늘은 좀. 내가 그린 표지가 서점에 걸렸거든.”
부러워서 말을 잃자, 그쪽이 책상 위 고지서를 뒤집었다.
“어제는 입금이 늦어서 하루 종일 돈 계산만 했어. 너는 어때?”
내가 펼칠 스케치북
회사 욕부터 하려다가 멈췄다. 나는 잠깐 생각한 뒤 대답했다.
“나도 내가 한 일을 인정받았을 때는 좋았어. 월급날도 좋고. 그런데 그림은 일 년 내내 한 장도 완성하지 못했어.”
거울 속의 그림을 보며 덧붙였다.
“나는 네가 매일 신날 줄 알았어.”
거울 속의 내가 대답했다.
“나는 네가 매일 후회할 줄 알았는데.”
둘 다 잠깐 웃었다. 거울 속 내가 다시 펜을 들었다.
“회사 다닐 때 샀던 파란 스케치북, 아직 가지고 있어?”
집에 돌아와 서랍을 열었다. 스케치북은 비닐도 뜯지 않은 채 있었다. 내일 입을 정장 옆에 펼쳐 두고, 책상 위 컵부터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