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겐연하남, 하준의 오라클
오늘 차였는데, 벌써 설레도 돼?
카페 사장인 하준이 예약 명단을 확인하며 물었다.
“두 분 예약하셨죠?”
“한 명만 올 거예요.”
하준은 맞은편 의자를 치우려다가 내 말을 듣고 멈췄다.
“오늘 차였어요. 취소하기엔 케이크가 아까워서.”
혼자 온 기념일
기념일이라고 미리 주문해 둔 케이크에는 하트가 두 개나 올라가 있었다. 하준이 접시를 놓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하트는 빼 드릴까요?”
“아뇨. 먹어 버릴래요.”
그가 웃음을 참는 걸 보고 나도 웃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다. 하준은 휴지 상자를 당겨 주고 계산대 쪽으로 돌아갔다. 못 본 척해 주는 게 고마웠다.
아직 남은 케이크
한참 뒤 카페가 조용해졌다. 나는 남은 케이크를 가리켰다.
“반 먹어 줄래요? 혼자 다 먹으면 내일도 울 것 같아서.”
하준은 빈 의자를 가리키며 앉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포크를 가져왔다.
“하트는 남겨 둘게요. 아까 먹어 버린다고 하셔서.”
또 웃음이 났다. 웃는 얼굴을 보는데, 조금 설렜다. 오늘 차인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어 포크를 내려놓았다.
“좀 이상하죠. 아까 울어 놓고.”
“저 때문에 웃은 거면, 저는 좋은데요.”
다시 케이크를 한 입 먹었다. 슬픈 건 그대로였고, 조금 더 앉아 있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