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할머니의 오라클

본전만 찾으면 그만둘게

본전만 찾으면 그만둘게

“본전만 찾으면 그만둘 거예요.”

투자로 잃은 돈 이야기를 산신할머니에게 하면서도 손은 다음 투자 대상을 찾고 있었다. 크게 오른다는 글을 읽으면 잃은 돈을 되찾은 모습부터 떠올랐다.

말하지 못한 손실

할머니가 안경 너머로 내 화면을 보았다.

“그만둘 사람 손이 아주 바쁘네.”

나는 웃지 못했다. 잃은 금액을 말하면 혼날 것 같았고, 말하지 않으면 아직 없던 일처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채워 놓으면 아무도 모르잖아요.”

“지금은 너 혼자 알고 있구나.”

그 말에 갑자기 목이 막혔다. 몇 주째 밥을 먹으면서도, 잠들기 전에도 숫자만 보고 있었다. 돈을 잃은 것보다 그걸 들키는 게 더 무서워져 있었다.

내일의 월세부터

나는 처음으로 정확한 금액을 말했다. 할머니는 놀라는 말을 삼키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곧 내야 할 생활비는 남아 있니?”

내일이 월세 내는 날이었다. 통장에 그 돈은 남아 있었다. 나는 주문 화면을 닫고 월세 이체 예약부터 해 두었다.

그러고는 친한 친구에게 전화했다. 몇 주째 괜찮은 척했지만, 이번에는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다.

“나 요즘 돈 때문에 많이 불안해. 혼자 계속 보고 있으니까 더 그러는 것 같아.”

친구는 얼마냐고 묻기 전에, 지금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할머니 맞은편 빈 의자를 보며 여기로 와 줄 수 있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