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마녀, 블레스의 오라클

그 사람이 보내다 지운 답장

그 사람이 보내다 지운 답장

“보고 싶어.” 어젯밤 독자가 용기 내서 보낸 말이었다. 읽었다는 표시만 남고, 아침까지 답은 없었다. 블레스의 가게에 와서도 자꾸 대화창을 열었다.

“관심 없으면 없다고 하지. 답장 하나가 그렇게 어려운가요?”

블레스는 휴대전화 옆에 빈 카드를 내려놓았다.

“그 사람이 쓰다가 지운 답장, 보시겠습니까?”

보내지 않은 말

독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블레스가 카드 끝을 두드리자, 종이에 글자가 한 자씩 떠올랐다.

‘나도 보고 싶어. 그런데 나만 진심이면 어떡하지.’

독자는 카드와 휴대전화를 번갈아 봤다. 무관심해서 무시한 줄 알았는데. 가슴이 뛰다가, 곧 조금 억울해졌다.

“이렇게 써 놓고, 왜 안 보낸 거예요?”

“거절당하기는 싫었던 모양입니다. 다만 이 한 줄이 앞으로 잘해 주겠다는 약속은 아니고요.”

내가 보낼 답장

기분은 풀렸지만, 밤새 답을 기다린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독자는 대화창에 ‘그냥 해 본 말이야’라고 썼다. 보내려다가 손을 멈췄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저도 보고 싶은 건 맞아요. 그런데 계속 저만 다가가게 될까 봐요.”

블레스가 카드를 독자 쪽으로 밀어 주었다.

“마음을 먼저 보였다고, 다음 연락까지 당신 몫이 되는 건 아닙니다.”

독자는 입력한 글을 지우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좋아한다고 말한 것까지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전까지는 답장이 오기만을 바랐다. 이제는 이 사람과 어떤 사이가 되고 싶은지, 자기 마음도 말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