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대공, 카엘의 오라클
춤은 거절했지, 당신이 싫다는 건 아닌데
연회장에서 대공 카엘이 춤을 청하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너무 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괜찮아요.”
그는 알겠다고 하고 손을 거두었다. 재촉하지도,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사실은 춤을 못 췄다. 한 번만 틀려도 모두 볼 것 같았고, 대공의 발을 밟으면 평생 그 장면이 생각날 것 같았다.
거절한 진짜 이유
잠시 뒤 복도에서 카엘을 만났다. 그는 연회장 쪽으로 가려다가 내 앞에서 걸음을 늦췄다.
“불편한 일이라도 있었나?”
“아까 춤 거절한 거요.”
그가 기다렸다.
“당신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발을 많이 밟아요.”
카엘이 내 신발을 내려다봤다. 놀리는 것 같아 한마디 덧붙였다.
“웃지 마세요. 진지하게 걱정한 거예요.”
“웃지 않았어. 튼튼한 구두를 신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네 번째 걸음 다음에
결국 내가 먼저 웃었다. 열린 문틈으로 다음 곡이 흘러나왔다. 카엘은 이번에는 손을 내밀기 전에 물었다.
“여기서 조금 연습해 볼까?”
나는 그의 손 위에 손을 올렸다. 첫 세 걸음은 무사했고, 네 번째에 발을 밟았다.
“죄송해요.”
“이제 걱정하던 일은 일어났군. 난 괜찮으니 계속해 볼까?”
그가 한 박자 천천히 움직였다. 나도 숨을 고르고 따라갔다. 다섯 번째 걸음에서는 그의 발 대신 얼굴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