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겐연하남, 하준의 오라클

나 좋아해? 그럼 눈 좀 봐

나 좋아해? 그럼 눈 좀 봐

친구들과 카드 게임을 하던 날이었다. 하준은 다른 사람에게는 말도 잘했다. 게임에서 이기면 약을 올렸고, 지면 한 판만 더 하자고 졸랐다. 그런데 내가 말을 걸면 자꾸 카드부터 내려다봤다.

처음엔 나를 불편해하는 줄 알았다. 그러기엔 내 잔이 빌 때마다 제일 먼저 알아챘다.

눈을 피하던 이유

친구들이 간식을 가지러 일어난 사이, 나는 하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나 좋아해? 그럼 눈 좀 봐.”

장난이었다. 적어도 말할 때까지는.

하준의 손이 멈췄다. 웃으며 넘길 줄 알았는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가까이서 보니 귀가 빨갰다.

“보면 티 나잖아요.”

“뭐가?”

“좋아하는 거요.”

옆방에서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가 났다. 대답할 시간을 벌려고 카드를 집었는데, 앞뒷면도 구분이 안 됐다.

“그런 말을 그렇게 갑자기 하면…….”

“먼저 물어봤잖아요.”

장난으로 넘기지 않기로

이번에는 하준이 조금 웃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나는 진심이에요. 지금 대답하기 어려우면 천천히 해도 돼요.”

나는 집었던 카드를 도로 내려놓았다.

“장난으로 넘기고 싶지 않아. 나도 너 좋아해.”

친구들이 돌아왔을 때, 우리 둘 다 다음 차례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