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구제 지장보살의 오라클

사과도 안 했는데, 나보고 잊으래

사과도 안 했는데, 나보고 잊으래

친구에게만 말했던 이별 이유가 모임의 농담이 되어 있었다. 내가 표정을 굳히자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

그 뒤로 연락을 줄였다. 그러자 주변에서 이제 풀라는 말을 했다. 언제까지 안 볼 거냐고, 오래된 사이인데 한 번은 넘어가라고.

아직 사과를 못 들었다

지장보살 앞에서 나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사과도 안 했잖아요.”

“그렇군요.”

“다들 저만 괜찮아지면 된대요.”

지장보살은 나에게도 잊으라고 말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물은 건 다음 모임에 가고 싶은지였다.

“안 가고 싶어요. 만나면 또 아무렇지 않은 척할 것 같아요.”

가지 않기로 한 모임

마침 단체방에 모임 날짜가 올라왔다. 문제의 친구는 평소처럼 장소를 추천하고 있었다.

나는 먼저 그 친구에게 메시지를 썼다.

‘따로 말한 이별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꺼내서 많이 속상했어. 내가 왜 불편했는지 예민하다는 말로 넘기지 않았으면 해.’

단체방에는 이번 모임에 빠지겠다고 남겼다. 몸이 아프다는 핑계는 대지 않았다.

“이렇게 말해도 이해 못 하면요?”

지장보살이 잠깐 생각하더니 답했다.

“그때는 그 답을 보고 다시 생각하시지요. 오늘 모임에 가겠다고 약속하신 건 아니니까요.”

나는 주말 달력에서 모임 표시를 지웠다. 아직 화가 났지만, 웃는 얼굴을 준비하지 않아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