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한 오디세우스의 오라클
거지에게 활을 넘겼더니 모두가 조용해졌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귀족들은 그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결혼을 강요했다. 그녀와 결혼해 왕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이었다.
페넬로페는 누구도 쉽게 당기지 못하는 남편의 활을 꺼냈다. 일렬로 세운 열두 도끼의 구멍을 화살 하나로 통과시키는 사람을 고르겠다며 결혼을 미뤘다.
초라한 나그네의 활
시합을 준비하던 내 옷자락을 초라한 나그네가 잡았다.
“활을 내 쪽에 놓아 줘. 아직은 아는 척하지 말고.”
목소리를 듣자 알았다. 함께 바다를 건너온 오디세우스였다. 그는 정체를 숨긴 채 자기 궁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귀족들은 활을 당기지도 못했다. 활이 낡았다고 투덜대던 사람들은 나그네가 도전하겠다고 하자 웃음을 터뜨렸다.
“밥을 얻어먹었으면 됐지, 왕비까지 탐내나?”
내가 돌아보자 오디세우스가 낮게 말했다.
“활만 건네.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
나는 활을 건넸다. 그는 나무를 살피고 천천히 줄을 걸었다. 남들이 온몸으로 버티던 활이 그의 손에서는 부드럽게 휘었다.
그가 시위를 튕겼다. 맑은 소리에 웃음이 잦아들었다.
다음 순간, 화살이 열두 도끼의 구멍을 모두 통과했다.
싸움 밖으로 데리고 나온 사람
오디세우스가 누더기 외투를 벗었다. 식탁 끝에서 누군가 왕의 이름을 불렀다. 귀족 하나가 칼을 뽑았고, 나는 문가에 굳어 선 하녀를 발견했다.
오디세우스가 내 시선을 따라보고 말했다.
“저 하녀부터 밖으로 데리고 나가.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해.”
나는 하녀의 접시를 내려놓고 손을 잡아 복도로 데리고 나왔다. 문 안에서 칼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하녀가 벽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나는 문가에 서서 싸움에 휘말린 사람이 더 없는지 안쪽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