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오라클
고백하려다 변명만 길어졌어
분수 옆 테이블에 놓인 종이가 바람에 들썩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할 말을 적어 왔는데 두 장이나 됐다. 아프로디테가 종이 끝을 찻잔 받침으로 눌러 줬다.
“편지야, 발표 자료야?”
“부담 안 주고 싶어서 설명을 좀 했어.”
“좋아한다는 말은 어디 있어?”
미안하다는 말부터
나는 첫 장 아래쪽을 짚었다. 그 위에는 갑작스러워서 미안하다는 말, 바쁘면 잊어도 된다는 말, 친하게만 지내도 된다는 말이 있었다. 정작 나는 데이트해 보고 싶었다.
“거절당해도 괜찮다는 뜻을 넣고 싶었어.”
“답을 편하게 하라는 건 좋아. 네 마음까지 지워 줄 필요는 없고.”
아프로디테는 종이를 접지 않았다. 내가 아껴 쓴 문장들도 있었으니까. 대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 하나를 골라 보라고 했다.
“좋아해. 둘이 데이트해 보고 싶어.”
“응. 그 말이네.”
나는 그 두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말로 읽어 보니 긴 편지를 읽을 때보다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 아프로디테는 다 들었다는 듯 웃었다.
“짧다고 덜 진심인 건 아니야.”
상대가 답할 자리
우리는 고백을 전할 때를 정했다. 이미 잡힌 산책 약속이 끝날 무렵, 조용히 말하기로 했다. 모두 있는 모임에서 갑자기 꺼내지는 않기로 했다.
“그 자리에서 답을 안 하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지. 바로 대답하라고 몰지는 말자.”
나는 종이 두 장을 접었다. 버리지는 않고 가방에 넣었다. 휴대전화 메모에는 밑줄 친 두 문장만 옮겼다.
“너는 사랑의 여신이니까 고백도 안 떨리겠다.”
“좋아하는데 안 떨리면 그게 더 신기하지.”
그 말에 웃음이 났다. 나는 가방 속 접힌 종이를 손끝으로 한 번 눌렀다.
“잘 외우는 것보다 네 말로 들려줘. 상대도 자기 말로 답할 수 있게.”
분수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내일의 산책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아직 전하지 않은 말이었지만 이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