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오라클

답장은 빠른데 만나자는 말이 없어

답장은 빠른데 만나자는 말이 없어

장미 정원 벤치에서 전시회 사진을 넘겼다. 요즘 연락하는 사람에게 같은 사진을 보냈더니 예쁘다는 답이 왔다. 그 사람이 먼저 안부를 묻는 날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만날 날짜는 한 번도 정하지 못했다.

“나한테 관심 있는 거 맞겠지?”

“연락은 이어지고 있네. 같이 보러 가자는 얘기도 해 봤어?”

언젠가 말고 이번 주

나는 둘이 주고받은 문장을 보여줬다. ‘나중에 가 보자.’ ‘그러자.’ 그 뒤에는 날씨 이야기와 점심 사진이 있었다. 아프로디테가 화면 속 전시 제목을 읽었다.

“나중에는 달력에 없는데.”

“내가 먼저 날짜까지 정하면 너무 들이대는 것 같아.”

“전시 한 번 보자는 거잖아. 연애 계약서도 아니고.”

나는 웃다가 사진을 다시 봤다. 실제로 함께 보고 싶었다. 상대의 속마음을 맞히는 것보다 지금 내가 확실히 아는 쪽이었다.

“그날 안 된다고 하면?”

“다른 날을 제안하는지 봐도 되지. 답 하나를 듣기 전에 결말부터 고르진 말자.”

아프로디테는 벤치에 떨어진 꽃잎을 손바닥에 올렸다. 바람이 불자 붙잡지 않고 다시 날려 보냈다.

답장에 날짜가 생겼다

나는 토요일 오후에 전시를 보러 가자고 보냈다. 몇 분 뒤 상대는 토요일에는 일이 있고 일요일 두 시는 어떤지 물었다. 대화창에 처음으로 날짜와 시간이 함께 들어왔다.

“이러면 좋은 신호지?”

“응. 같이 볼 시간을 제안했잖아. 그건 반가워해도 돼.”

“사귀게 될까?”

“그건 만나면서 더 봐야지. 지금은 일요일부터 예쁘게 보내 보자.”

나는 좋다고 답하고 만날 장소를 정했다. 아프로디테에게 옷을 골라 달라고 하려다, 우선 편한 신발부터 신겠다고 말했다.

“좋아. 그림 보러 가서 발 아픈 얘기만 하면 아쉽잖아.”

우리는 전시장 근처 카페를 찾아봤다. 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고백 대신 일요일 오후를 달력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