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오라클

다시 만나자는 말, 이번엔 믿어도 될까

다시 만나자는 말, 이번엔 믿어도 될까

바닷가 테라스에 앉자 휴대전화가 울렸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프로디테에게 화면을 건넸다. 반가웠지만, 예전에 자주 틀어졌던 약속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달라질까?”

“어떤 게 달라졌으면 좋겠어?”

보고 싶다는 말 다음

나는 약속을 마지막 순간에 취소하는 일이 반복돼 헤어졌다고 말했다. 연락을 하면 상대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다음 약속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다시 만나도 같을까 봐 망설였다.

“그럼 보고 싶다는 말 다음이 필요하겠네.”

“나도 그리웠다고 바로 답하면 안 돼?”

“해도 돼. 그리운 건 그리운 거지. 다시 사귈지는 따로 보고.”

나는 대화창을 올렸다. 상대는 그동안의 일을 직접 설명하고 싶다고 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아직 적혀 있지 않았다.

“만나면 또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그럼 만나기 전에 듣고 싶은 말을 적어 두자. 네가 없애고 싶었던 문제부터.”

나는 ‘그때 왜 그랬어?’ 아래에 ‘앞으로 일정이 바뀌면 어떻게 말할 수 있어?’를 썼다. 과거를 듣는 것과 다음을 정하는 질문이 따로 생겼다.

재회 대신 대화 약속

나는 상대에게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시 사귀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고, 예전에 반복되던 약속 문제를 듣고 싶다고도 적었다.

“이렇게 선을 그으면 너무 차갑지 않아?”

“만나서 얘기하겠다는 거잖아. 그 문장에도 마음은 있어.”

상대는 알겠다고 답하고 토요일 낮을 제안했다. 나는 시간을 확인한 뒤 근처 카페를 골랐다. 예전에 함께 가 봤던 곳이었다.

“좋아. 이번에는 이야기를 듣는 자리네.”

“듣고 나서도 모르겠으면?”

“바로 결정 안 해도 돼. 말한 게 다음 약속에서 이어지는지도 보고.”

나는 카페 주소를 보냈다. 파도 소리 사이로 알림이 한 번 더 울렸다. 달력에는 ‘다시 사귀는 날’ 대신 ‘대화할 날’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