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오라클

소개팅에 운명까지 데려가지 마

소개팅에 운명까지 데려가지 마

소개받은 사람과 두 번째로 만나는 날이었다. 나는 아프로디테의 정원 문 앞에서 메모를 읽었다. 생활 습관, 주말 계획, 연애관. 첫 만남에서 묻지 못한 질문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오늘 면접관도 같이 가?”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

“그 사람을 또 보고 싶긴 해?”

좋았던 순간 하나

나는 첫 만남을 떠올렸다. 상대가 낯선 메뉴 이름을 잘못 읽었고, 나도 같은 실수를 했다며 웃었다. 그 뒤에는 말을 꾸미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했다. 헤어질 때 조금 더 걷고 싶었다.

“응. 이야기할 때 재밌었어.”

“그럼 그걸 가져가. 질문지는 조금 접어 두고.”

“나중에 안 맞는 사람이면 어떡해?”

“그럴 수도 있지. 두 번째 만남에서 마지막 결론까지 내야 해?”

아프로디테는 정원 길을 같이 걸었다. 꽃이 핀 자리만 고르지 않고 그늘진 벤치에도 앉았다. 어디가 좋은지는 잠깐 머물러 봐야 한다고 했다.

“연애운이 좋은 때면 딱 알아볼 수 있는 거 아니야?”

“좋은 기회가 와도 알아갈 시간은 필요해. 반짝인다고 다 같은 인연은 아니니까.”

다시 만나 보고 싶은 이유

나는 메모에서 오늘 꼭 묻고 싶은 것 하나만 남겼다. 지난번 이야기하다 끊긴 주말 산책 코스였다. 나머지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꺼내도 됐다.

“너도 궁금한 걸 묻고, 상대도 널 궁금해하는지 느껴 봐.”

“조건을 아예 보지 말라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네게 중요한 건 중요해. 다만 오늘 웃을 자리도 남겨 두자는 거야.”

약속 시간이 가까워졌다. 상대에게 어디쯤인지 묻는 메시지가 왔다. 나는 십 분 뒤 도착한다고 답했다.

아프로디테는 정원 문을 열어 줬다. 나는 한 번 더 돌아보며 오늘 잘될 것 같은지 물었다.

“다녀와서 네가 어땠는지 들려줘. 그게 나는 더 궁금해.”

나는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 오늘 만나 볼 사람은 평생의 정답이 아니라, 한 번 더 이야기해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