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천사 루시퍼의 오라클

내가 했는데 왜 네 이름이야?

내가 했는데 왜 네 이름이야?

금이 간 대리석 바닥에 노트북을 놓았다. 팀의 발표 자료 첫 장에는 동료의 이름만 있었다. 내가 맡아 끝낸 분석표는 뒤쪽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항의하려고 쓴 메시지는 어느새 ‘자료 잘 봤어요’로 시작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양보군. 원해서 하는 건가?”

“아니. 내 이름도 들어가야지.”

“그럼 그 말부터 해.”

착한 답장의 가격

루시퍼는 등 뒤의 날개를 접고 화면을 가까이 보았다. 자기 몫을 요구하면 속 좁아 보일까 봐 망설인다고 하자, 그가 짧게 웃었다.

“박수는 탐나는데 탐내는 사람으로 보이긴 싫고.”

“내가 다 했다고 하려는 건 아니야.”

“알아. 네가 한 만큼 적으라는 거지.”

나는 파일의 수정 기록을 열었다. 맡은 구간과 완료 날짜가 남아 있었다. 동료가 일부러 이름을 뺐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부분이 내 작업인지는 설명할 수 있었다.

“일부러 그런 거면 어쩌지?”

“일부러 그랬는지부터 따질 필요 있나. 빠진 이름은 보이는데.”

루시퍼가 첫 장의 빈 공간을 가리켰다. 그 자리에 내 이름이 들어갈 공간은 충분했다.

내 몫을 적었다

‘제가 담당한 분석 부분에도 이름을 넣어 주세요. 발표 전에 함께 확인하고 싶습니다.’ 길던 메시지가 두 문장으로 줄었다. 나는 수정 기록을 보여 줄 수 있는 링크를 함께 보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계산적이지 않아?”

“공들여 일했고, 이름을 원해. 아주 정확한 계산이지.”

잠시 뒤 동료에게 답이 왔다. 초안에서 빠뜨렸다며 수정한 표지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의 이름과 맡은 부분이 적혀 있었다.

나는 오탈자 하나를 고치고 확인했다고 답했다. 루시퍼는 노트북을 닫으려는 내 손보다 화면의 이름을 먼저 봤다.

“어때. 네 이름이 제법 잘 어울리지?”

“생각보다 쉽게 끝났네.”

“이번에는 그랬어. 다음에도 원하면 입을 열어.”

나는 수정된 파일을 저장했다. 처음 썼던 ‘자료 잘 봤어요’는 보내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