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천사 루시퍼의 오라클

연봉은 올려 준대. 내 시간은?

연봉은 올려 준대. 내 시간은?

루시퍼의 창가에 제안서를 펼쳤다. 새 직장은 지금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했다. 나는 맨 위 숫자를 세 번 읽었다. 아래에는 야간 연락과 월 두 번의 주말 근무가 적혀 있었다.

“이 정도면 잡아야겠지?”

“돈이 탐나면 탐난다고 해. 그다음 장도 넘기고.”

숫자 아래의 조건

나는 주말에 준비 중인 개인 작업을 설명했다. 이직하면 돈은 더 벌 수 있지만, 작업에 쓸 시간이 줄어들 수 있었다. 루시퍼는 둘 중 하나를 착한 선택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둘 다 갖고 싶겠군.”

“그럼 욕심이 너무 큰 거야?”

“큰 욕심은 좋아. 조건을 안 읽는 건 싱겁고.”

루시퍼는 제안서의 ‘상황에 따라’라는 표현을 짚었다. 야간 연락이 어느 정도인지, 쉬는 날은 어떻게 정하는지 나는 아직 묻지 않았다.

“질문이 많으면 싫어할까 봐.”

“네 시간을 사겠다는 쪽이잖아. 값과 범위는 서로 알아야지.”

나는 펜을 들었다. 연봉 옆에 예상 시간을 마음대로 계산하는 대신, 확인할 질문부터 적었다. 숫자로만 보이던 제안서에 빈칸이 드러났다.

답하기 전에 물었다

채용 담당자에게 연락 빈도와 주말 근무 일정, 대체로 쉴 수 있는 날을 물었다. 개인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수락 여부를 보낼 메일이 질문 메일로 바뀌었다.

“돈 욕심 내는 게 나쁜 건 아니지?”

“내 앞에서 그걸 허락받으려고?”

루시퍼가 웃었다. 금이 간 후광에 창빛이 걸렸다. 나는 따라 웃다가 메일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많이 벌고 싶으면 인정해. 다만 네 주말도 공짜는 아니야.”

나는 질문을 전송하고 제안서에 검토 중이라고 표시했다. 수락 기한은 아직 이틀 남아 있었다. 루시퍼는 기다리는 답이 무엇인지 확인한 뒤 종이를 접어 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