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버스 녹스의 오라클

섹스할 때도 잘해야 하는 사람

섹스할 때도 잘해야 하는 사람

녹스의 살롱에는 커다란 시계가 없었다. 나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걸 확인하려고 손목을 봤다. 오늘 말하려는 이야기도 비슷했다. 섹스를 할 때조차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자꾸 확인한다는 이야기였다.

“끝나고 괜찮았냐고 세 번이나 물었어.”

“상대는 뭐라고 했는데?”

답을 듣고도 다시 물었다

“좋았대. 그런데 진짜인지 모르겠더라.”

녹스는 내 쪽 의자를 조금 돌려 줬다. 등을 곧게 세우고 있느라 어깨가 불편하다는 내 말을 들은 뒤였다.

“그 말이 안 믿겼던 이유가 있어?”

“특별한 일은 없어. 그냥 더 잘해야 할 것 같아.”

나는 인터넷에서 읽은 조언들을 떠올렸다. 하나씩 외워 두면 덜 불안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만나기 전마다 기억할 것만 늘었다.

“준비한 걸 다 해내야 끝나는 일처럼 됐네.”

“상대가 실망하면 어떡해.”

“실망했는지는 아직 모르는 거고. 지금 지친 건 네가 말해 줬어.”

녹스는 말을 마치고 잠깐 쉬었다. 내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자 그도 찻잔을 들었다.

이번에는 내 이야기를

나는 연인에게 할 말을 소리 내어 연습했다. ‘네가 좋다고 말해도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 다음에는 좀 편하게 있고 싶어.’ 녹스는 끝까지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게 있으려면 뭘 하자고 해야 할까?”

“중간에 쉬고 싶으면 말하겠다고 해. 편한 속도도 같이 얘기하고.”

나는 서두르지 않고 대화하는 시간이 좋겠다고 답했다. 모르는 취향은 잘하는 척하기보다 물어보고 싶었다.

“그걸 그대로 들려줘. 네 쪽 이야기는 아직 못 들었을 테니까.”

나는 휴대전화에 적어 둔 긴 조언 목록을 접었다. 지우지는 않았다. 오늘 만남에서 전부 실행할 필요가 없어진 것만으로도 화면이 덜 빽빽해 보였다.

“넌 잘하고 싶은 마음 없어?”

“있지. 다만 둘이 있는데 혼자 시험 볼 생각은 없어.”

나는 처음으로 오늘의 메모에 질문 하나만 남겼다. ‘우리 둘 다 편했던 순간이 언제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