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버스 녹스의 오라클
섹스한 다음 날, 우리는 무슨 사이야?
녹스는 손잡이가 다른 찻잔 두 개를 가져왔다. 나는 손도 대지 않은 휴대전화를 테이블 가운데 놓았다. 어젯밤 함께한 사람에게 아침 인사를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어떤 말투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섹스까지 했는데 너무 남처럼 말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다음엔 어떤 사이로 지낼지 얘기했어?”
밤에는 묻지 않은 것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다음 만남이나 연애에 관해서는 서로 말하지 않았다. 함께 있던 시간이 좋았다는 말만 주고받았다.
“이제 좀 특별한 사이가 된 거 아닐까?”
“너한테는 어떤 사이였으면 좋겠어?”
나는 찻잔의 손잡이를 돌렸다. 다시 만나고 싶었다. 가능하면 데이트도 하고 싶었다. 그 말을 하자 녹스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건 네가 말할 수 있겠네.”
“상대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잖아.”
“응. 섹스했다는 사실이 그 대답까지 대신하진 않지.”
녹스는 잔에 물을 더 따랐다. 나는 상대의 상태 메시지를 열려던 손을 멈췄다. 거기에도 우리 관계의 이름이 적혀 있지는 않았다.
다음 만남을 물었다
‘어제 좋았어. 이번에는 낮에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싶어.’ 문장을 적었다. 녹스는 연애를 원하는 말까지 오늘 다 할지, 만나서 할지는 내가 정해도 된다고 했다.
“이 정도 말로도 내 쪽은 보여?”
“응. 다시 만나고 싶고, 데이트도 해 보고 싶다는 쪽.”
나는 토요일 점심은 어떤지 한 줄을 더했다. 전송하고 나서 잔을 들었다. 차는 아직 따뜻했다.
“그냥 가벼운 만남만 원한다고 하면?”
“그때 네가 원하는 것과 맞는지 보면 돼. 들은 답을 줄여서 읽지는 말고.”
휴대전화가 잠깐 밝아졌다. 상대의 답이 아니라 배달 알림이었다. 나는 화면을 뒤집어 놓았다.
“답 오기 전까지 차는 마셔도 돼.”
녹스가 제 잔을 먼저 들었다. 나는 그제야 차 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