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진돗개 춘향의 오라클

오늘 한 일은 너랑 걸은 것뿐

오늘 한 일은 너랑 걸은 것뿐

나흘 만에 운동화를 신었다. 춘향이 목줄을 끌고 현관까지 세 번이나 왕복한 끝이었다.

“한 바퀴만이야.”

“알았어. 나무마다 좀 들르고.”

불합격 메일이 온 벤치

공원에 도착하자 춘향은 정말 나무마다 멈췄다. 나는 그사이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기다리던 회사에서 메일이 와 있었다.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끝까지 읽지 않고 벤치에 앉았다. 춘향이 돌아와 내 발 옆에 앉았다. 한동안 목줄을 당기지 않았다.

“또 안 됐어.”

춘향이 코로 내 손등을 건드리며 물었다.

“집에 갈까?”

고개를 들자 산책로 끝에 작은 다리가 보였다. 원래 저기까지 갔다 오려고 했다.

“아니. 저기까지만 가자.”

다리 위에서 춘향은 물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짖었다. 상대도 똑같이 입을 벌리자 내 뒤로 숨었다. 나는 오늘 처음 소리 내어 웃었다.

내일은 다리 건너까지

집에 돌아와 춘향의 발을 닦았다. 메일은 여전히 불합격이었고 내일 일정도 비어 있었다.

“오늘 한 일은 너랑 걸은 것뿐이네.”

춘향이 앞발을 하나씩 내밀었다.

“응. 내일은 다리 건너까지 가자.”

나는 현관 구석에 넣으려던 운동화를 문 가까이에 나란히 두었다. 춘향은 그 옆에 목줄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