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도령 MZ무당의 오라클
일 잘한다더니, 나만 퇴근을 못 한다
“이건 네가 제일 빨라. 부탁 좀 할게.”
팀장은 내 책상에 자료를 놓고 퇴근했다. 오늘 세 번째로 들은 칭찬이었다. 사무실 불은 이제 내 자리 위에만 켜져 있었다.
세 개의 마감
저녁 약속을 또 미루자 MZ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네가 제일 빠르대?”
“잘한다니까 싫다고 하기가 좀 그렇잖아.”
모니터에는 보고서 세 개가 열려 있었다. 전부 내일 오전까지였다.
“세 개 다 끝내려면 몇 시야?”
“모르겠어. 하나는 시작도 못 했어.”
“그걸 팀장도 알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일을 받을 때마다 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나눠 맡기로 한 일
메신저에 업무 이름과 남은 시간을 적었다. ‘다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쓰자 괜히 심장이 뛰었다. 뒤에 ‘제가 느려서’라는 말을 붙였다가 지웠다.
‘내일 오전까지는 원래 맡았던 주간 보고서를 끝낼 수 있습니다. 오늘 추가된 두 건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기한을 미루거나 다른 분께 나눌 수 있을까요?’
십 분 뒤 답이 왔다. 주간 보고서를 먼저 하고, 추가된 두 건 중 하나는 팀장이 맡고 나머지는 기한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여전히 할 일은 남아 있었다. 그래도 세 개의 창 중 두 개는 닫을 수 있었다.
남은 보고서 분량을 확인하고 MZ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아홉 시쯤에는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알았어. 네 메뉴도 주문해 둘게.”